국어/공통국어1

나희덕 '뿌리에게' 내면화 예시

commonkorean 2025. 5.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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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 공통국어 4. 문학의 갈래에 수록된 서정 갈래의 대표작 나희덕의 '뿌리에게'는 흙과 뿌리의 다양한 관계 설정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흙의 헌신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흙과 뿌리의 관계를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로 보고, 설명하는 것이 쉽게 작품을 접근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소개된 '뿌리에게' 작품 설명을 보다 보면, 흙을 어머니로, 뿌리를 자녀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점에서는 하나의 관점만으로 작품을 보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어려운 문학 작품을 쉽게 전달하려면 좋은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작가님도 창비교육 공통국어에서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듯이 다양한 흙과 뿌리의 관계로 작품의 의미를 확장해야 할 겁니다. 


나희덕 작가와의 대화(창비교육 공통국어1 139쪽)

'뿌리에게'는 스무 살 때 이른 봄날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가 흙의 생명력에 감전되어 쓴 시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흙이 녹으며 김을 내뿜는 모습이 뿌리를 향해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흙의 말을 받아 적듯 순식간에 써 내려간 이 시로 시인이 되었으니, 제 시의 출발점이 된 셈이지요. 충만한 사랑의 에너지를 다른 생명엑 흘려보내는 흙의 말에서 우리는 자연의 순환적인 질서와 생태적 감수성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흙'은 어머니 대지를 상징하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의 사랑이나 헌신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어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의 다양한 얼굴들을 이 시에서 발견해 보기 바랍니다. 

 


작가님의 말씀대로 흙과 뿌리의 관계를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는 희생적인 사랑'은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이처럼 흙과 뿌리를 숭고한 희생 정신이 적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관계로 확장해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예전 창비 문학 교과서에서 '뿌리에게'를 내면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심화 이해를 위해 어머니와 자녀가 편지를 주고 받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작품의 다양한 해석은 각자 찾아보시기 바라며, 대표적인 흙과 뿌리의 관계를 어머니와 자녀가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으로 작품을 내면화해 보세요. 


어머니!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수험생이란 핑계로 어머니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어머니를 위해 해 드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사랑을 받기만 한, 그런 이기적인아이였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어느 여름날, 저는 어머니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기말고사가 끝난 날이어서 무척 들떠 있었지요. 집에서 놀 생각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원하셨던 어머니가 퇴원하신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그날따라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컴퓨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있을 때 마침 어머니께서 들어오셨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는데, 그때는 왜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요? 저는 퇴원하고 집에 오신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기는커녕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컴퓨터가 고장 났다며 투정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힘든 기색을 감추고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 먼지가 수북이 쌓인 컴퓨터를 이리저리 살펴보셨습니다. 하지만 많이 힘드셨는지 곧 수리 업체에 전화를 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당장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께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저에 대한 원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미안함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계실 뿐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때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몸이 많이 안 좋으시잖아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어머니께 제대로 해 드린 것이 없습니다.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또 공부하느라 피곤하다는 이유를 들어 어머니를 제대로 보살펴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 뿌리에게가 제 마음에 와 닿았고, 꼭 어머니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시는 흙의 순환적인 삶의 모습과 뿌리에 대한 흙의 헌신적인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희생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흙의 모습에서 그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도 저는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깊이 느낍니다.

어머니, 늘 이 막내아들 곁에 계셔 주세요. 사랑합니다.

- 김광홍(서울 ◯◯2학년)


아들에게.

너는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시를 읽어 주는 아들, 보기만 해도 대견하고 근사하구나. 더군다나 내 삶의 의미를 각인시켜 주는 내용의 시라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이번 여름, 그렇게 시 한 편이 내게로 왔구나.

네 숨결 처음느꼈을 때의 행복은 세상에 존재하는 미사여구를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어. 철없던 유년기를 지나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부대꼈던 순간들이 주는 그 은밀한 기쁨은 내 삶에 활력소가 되었단다. 그런 네가 시를 낭송해 주는구나!

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낭송하더니, “나를 뚫고 오르렴이란 부분에서 청출어람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다며, 어김없이 잘난 척을 하는구나. 공부나 책 읽기를 즐겁게 하는 너라서 시 한 편을 놓고도 할 말이 많은가 보다. 내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연상된다고 하니, 질세라 김수영 시인의 거대한 뿌리로 치고 나오는 너. 아들과 시를 읽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더니 낙하산도 준비했다며 너스레를 떠는 내 아들. 영락없이 막내 티가 나서 함께 웃었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읊은 시인이 있었단다. 분명 시인이 느꼈던 바람과 오늘 밤의 바람은 다를 거야. 하지만 부는 바람 속에 서걱거리는 마음의 끝자락은 같을 것이란 상상을 해 봤어. 우리 아들이 한낮의 열기를 몰아낸 자리에 들어서서, 여유와 안식을 주는 여름밤의 시원한 바람 같은 존재로 커 가기를 바란다. 눈에 띄지 않지만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사람, 그렇게 커 주었으면 좋겠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며 희생하는 사랑을 찾던 아이가, 이제는 순환하는 흙의 사랑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교복 시대를 마감하고 성년이 되었을 때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세상에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실천하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내가 말했던가? 너는 내 가슴을 뛰게 한다고, 내 삶의 커다란 의미라고, 나를 살게 하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 양영선(김광홍 학생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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